출범 9년째를 맞은 코스메틱 브랜드숍 시장의 현주소다.

해가 갈수록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브랜드숍 유통은 과거 시판채널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전문점 유통의 황금기를 무색케 할 만큼 가공할 속도와 규모로 전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소비자가격 기준 2조원 시장을 맞이할 전망이다.

세계 화장품시장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화장품 소매점 형태로서 전문 유통기업 또는 유통업자가 아닌 화장품 제조·판매사가 주도하는 독자 유통채널로서 브랜드숍은 한국 화장품 시장의 독특한 개성과 차별성을 또 한번 해외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브랜드숍의 차별성과 트렌드 창출

화장품 브랜드숍 시대를 연 선두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차별화 무기는 바로 고품격 제품과 합리적 가격이다.

기존의 중·고가 화장품과 비교해 대등한 품질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격대를 크게 낮춰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한다는 논리가 브랜드숍의 급격한 팽창을 이끌게 된 것.

특히 더페이스샵은 품질·가격에 더해 화장품산업의 일각에서 태동하던 자연주의를 극한까지 활용해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에뛰드하우스의 소녀 감성을 공략한 컨셉, 스킨푸드의 맛있는 화장품 등 독특한 이미지 코디네이션이 브랜드숍의 성공 포인트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브랜드숍 선행 기업들이 출범 초기부터 당시 대기업 화장품의 전공 마케팅으로 인식되던 톱스타급 연예인을 전면에 내세워 ‘소비자 신뢰도’를 만드는 데 성공한 사례 역시 후속 브랜드숍의 모델 선택과 활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권상우, 김현중, 이민호, 배용준, 이승기 등 남성 화장품 모델 붐이 일어난 것과 FT아일랜드, 씨앤블루 등 아이돌스타 그룹의 모델 발탁이 이어지고 있는 현상도 브랜드숍만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또한 브랜드숍은 2000년대 초까지 전문점 유통에 팽배했던 매장 경영자의 ‘권장판매’ 방식을 소비자의 ‘셀프셀렉션’ 형태로 유도-전환하면서 화장품 구매 패턴에까지 혁명을 일으켰다.

대부분의 브랜드숍이 고객의 구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가운데 매장 측은 ‘원할 때만 다가서는 카운슬러’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브랜드숍의 문턱을 한껏 낮추고 고객 방문을 늘리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브랜드숍, 성공을 향한 열쇠

‘먹지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수많은 이슈를 낳았던 화장품 광고 카피 가운데 최근 수년간 이 정도로 소비자에게 각인된 것이 있을까 싶을 만큼 히트한 스킨푸드의 대표적 컨셉은 바로 ‘맛있는 화장품’이다.

다양한 소재의 먹거리를 화장품 원료에 도입해 친환경·친자연·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 심리를 단숨에 사로잡은 스킨푸드는 2005년,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매출이 단 5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하며 기염을 토했다.

특히 선행 브랜드숍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참신한 컨셉과 상품성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브랜드숍의 가치 창출을 위해 ‘뚜렷한 색깔’을 갖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관건이 되고 있다.
스타 프로덕트의 발굴도 빼놓을 수 없는 열쇠다.

더페이스샵이 아르쌩뜨로 중저가 기초케어의 소비자 관념을 변화시킨 이후 스킨푸드의 블랙슈가 마스크, 토니모리의 토마톡스·애플톡스, 그리고 에뛰드하우스의 닥터래쉬 앰플, 그리고 최근 이니스프리의 화산송이 마스크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밀리언셀러가 브랜드숍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기존의 화장품기업들이 비주류 아이템으로 등한시하던 마스크팩 등의 특화된 상품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품으로서 고객 방문을 유도하는 주요 위치를 점하게 된 것도 이색적인 변화다.

브랜드숍 성장가도 어디까지?

2조원 시대를 맞이한 브랜드숍의 가능성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 시판 전문점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브랜드의 범위가 수백에 달했던 반면 시판유통의 새로운 주류 유통으로 급부상한 브랜드숍의 수는 채 30곳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 숫자로 비교하기 어려운 소비자 트렌드의 변화와 다각화·간소화된 화장품 유통의 특성 역시 브랜드숍 채널의 태생과 성장을 필연적으로 이끌었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 만큼 국내 화장품산업의 1/4을 점유한 브랜드숍의 전성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