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에게 증상 초기단계부터 복합비타민제와 셀레늄을 장기간 섭취토록 한 결과 면역력이 감퇴하거나 AIDS가 발병한 비율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AIDS 치료제로 쓰이는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복용토록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 이 같은 효과가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州 마이애미에 소재한 플로리다 국제대학 공중보건대학의 마리아나 K. 바움 교수 연구팀은 ‘미국 의사회誌’(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지난달 27일자 최신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보츠와나에서 증상이 없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복용토록 하지 않은 성인 AIDS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 미량영양소를 섭취토록 했을 때 증상의 진행에 미친 영향’.

보고서는 “면역계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미량영양소 결핍이 AIDS의 증상악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미량영양소를 섭취토록 한 결과 AIDS 증상악화의 지표인자들과 사망률에 긍정적인 영향이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언급된 “AIDS 증상악화의 지표인자들”이란 체내에서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생성되는 CD4 세포의 수치와 AIDS 바이러스 수치 등을 지칭한 것이다.

바움 교수팀은 항레트로바이러스제로 증상을 치료하지 않은 초기단계의 성인 AIDS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미량영양소들을 섭취토록 했을 때 면역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AIDS 증상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지 여부를 관찰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했었다.

시험은 남아프리카 국가 보츠와나에서 총 878명의 AIDS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4개 그룹으로 무작위 분류한 뒤 각각 비타민B, C 및 E 등을 함유한 복합비타민제, 셀레늄, 복합비타민제 및 셀레늄 또는 위약(僞藥)을 24개월 동안 매일 섭취토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종 비타민은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셀레늄의 경우 AIDS 바이러스의 복제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그 결과 24개월이 경과했을 때 복합비타민제와 셀레늄을 병용섭취했던 그룹의 경우 위약을 섭취한 그룹과 비교했을 때 CD4 세포의 수치가 250/μL 이하로 나타난 이들의 비율이 훨씬 낮게 나타나 주목됐다. 복합비타민제와 셀레늄을 병용섭취한 그룹은 아울러 증상이 악화되었거나 AIDS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사망한 이들의 비율이 낮게 나타나 궤를 같이했다.

바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사용하지 않은 초기단계의 AIDS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서 증상의 악화를 억제하기 위해 미량영양소들을 섭취토록 하는 요법이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을 것임을 유력하게 시사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AIDS 바이러스 감염자들에게서 면역계 기능부전이 나타나는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도 복합비타민제와 셀레늄 등을 섭취토록 하는 것은 아무래도 고가(高價)의 약물을 복용토록 하는 방법에 비하면 접근성 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