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수용체가 정자 내부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이 비타민D 수용체를 제거한 실험용 쥐들과 비타민D 결핍 설치류들의 경우 생식력이 손상되었을 뿐 아니라 정자의 수치와 운동성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이와 관련, 비타민D가 남성들의 생식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즉,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정자의 운동성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눈에 띄었다는 것.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의대의 마르틴 블롬베르그 옌센 박사 연구팀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발간하는 학술저널 ‘옥스퍼드 인간생식誌’(Oxford Journal of Human Reproduction) 최신호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비타민D가 정자의 운동성과 정자 내 세포간 칼슘 수치의 증가에 미친 긍정적 상관성’.

옌센 박사는 “동물실험에서 비타민D 결핍이 정자의 수치와 운동성 감소로 귀결되었음이 눈에 띈 바 있다”며 “이번 연구는 비타민D가 남성들의 정자 운동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연구팀은 300명의 건강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혈중 비타민D 수치와 정자의 운동성 사이에 나타난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었다. 아울러 40명의 남성들로부터 채취한 정자를 사용해 비타민D가 세포간 칼슘 수치와 정자의 운동성, 선단체(先端體) 반응에 나타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실험실 연구를 병행했다.

‘선단체’란 정자의 머리 앞쪽 끝을 둘러싼 모자같은 부분을 말한다.

그 결과 비타민D 수치가 최대 75 nmol/L에 달했던 그룹의 경우 정자의 운동성이 활발하게 나타난 반면 비타민D 수치가 25 nmol/L에 불과해 결핍에 해당한 남성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했다.

옌센 박사는 “1,25(OH)₂D₃(즉, 비타민D)가 세포간 칼슘 수치 뿐 아니라 정자의 운동성을 높이고, 정자에서 선단체 반응을 유도했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혈중 비타민D 수치가 정자의 운동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생식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사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건강한 남성 또는 불임남성들에게서 비타민D 섭취를 통해 정자의 운동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하기에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비타민D 섭취가 불임남성들에게 효용성을 나타낼 수 있는지를 입증하기 위한 위약(僞藥) 대조시험 등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옌센 박사는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 정자의 품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입증된 약물은 아직까지 전무하다시피 한 형편이어서 옌센 박사팀의 연구는 상당한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