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펩티딜 펩티다제-4(DPP-4) 저해제의 일종인 항당뇨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가 당뇨병을 치료할 뿐 아니라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발휘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 동물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오하이오州 클리블랜드에 소재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 영양학부의 폴 언스버거 박사 연구팀은 실험생물학‧의학회(SEBM)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실험생물학‧의학’誌(Experimental Biology and Medicine)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논문의 제목은 ‘시타글립틴이 비만한 당뇨병 초기 SHROB 실험용 쥐들에게서 글루카곤 수치를 낮추고 내당력을 개선하는 데 나타낸 효과’.

이와 관련, 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결핍됨에 따라 혈당 수치를 충분히 조절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아울러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도 간에서 포도당의 과잉축적을 유도해 2형 당뇨병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형 당뇨병은 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당뇨병 초기(또는 前 당뇨병) 상태에서 수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당뇨병 예비환자들은 식후에 혈당 수치가 과도하게 상승하지만, 공복시에는 정상 또는 정상에 가까운 상태를 보인다.

이에 따라 학자들은 당뇨병 초기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해 왔다.

언스버거 박사팀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치를 높이는 기전으로 작용하는 항당뇨제인 ‘자누비아’가 당뇨병 초기 증상에 효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를 관찰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었다.

GLP-1이 인슐린 생성을 촉진하면서도 글루카곤 생성량을 감소시키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는 데에 주목했던 것.

이를 위해 언스버거 박사팀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학에서 지난 1970년대에 실험모델로 개발했던 SHROB 실험용 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SHROB 실험용 쥐들은 매우 비만한 데다 공복 후 혈당 수치는 정상적이지만, 식후에는 크게 증가해 당뇨병 초기 환자들과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는 데다 글루카곤 수치는 과도한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스버거 박사팀은 이들 당뇨병 초기 상태의 실험용 쥐들을 3개 그룹으로 분류한 뒤 6주 동안 각각 ‘자누비아’ 30mg/kg, 구형(舊型) 당뇨병 치료제의 일종인 글리부라이드 1mg/kg 또는 플라시보를 매일 투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글리부라이드는 췌장 내부에서 인슐린 생성을 촉진하는 기전을 지닌 항당뇨제이다.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자누비아’와 글리부라이드는 식후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나타냈다. 그런데 이 중 ‘자누비아’는 췌장에서 인슐린 생성량을 크게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글루카곤 생성량은 33% 정도까지 낮춰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작용이 눈에 띄었다.

이와 함께 ‘자누비아’와 글리부라이드는 체중과 총 체지방, 식사량 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게다가 ‘자누비아’는 글리부라이드와 비교했을 때 복부지방에서부터 피하지방에 이르기까지 지방의 재분포를 유도하는 작용까지 발휘한 것으로 관찰됐다. 복부지방 감소가 당뇨병 뿐 아니라 심혈관계 제 증상이 발생할 위험성을 낮추는 데 중요한 요인의 하나임을 상기할 때 주목되는 대목!

특히 ‘자누비아’가 지방분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시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스버거 박사는 “이번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자누비아’가 당뇨병 발생을 예방하는 데 나타내는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당뇨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췌장 기능의 약화를 억제해 식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생성은 감소시키는 메커니즘을 나타낸 만큼 당뇨병 발생을 지연시키거나, 예방하는 데 상당한 유용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