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소에서 메뉴판에 칼로리를 표시토록 하는 제도가 국내에도 도입되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체인업체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칼로리 섭취량 감소를 유도해 소아 및 청소년 비만인구의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

그러나 정작 패스트푸드점에서 메뉴판에 칼로리량을 표기하더라도 10대 전‧후 소아와 청소년들의 메뉴선택에 별달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조사결과가 미국에서 나와 김이 새게 하고 있다.

즉, 설령 메뉴를 고를 때 병기되어 있는 칼로리량이 눈에 띄었더라도 주문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칼로리량이 낮은 메뉴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성과로 귀결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대학 의대의 브라이언 엘벨 조교수 연구팀(의료정책)은 학술저널 ‘국제 비만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온-라인版에 15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소아 및 청소년들의 패스트푸드 메뉴선택과 칼로리 표시제가 미치는 영향 조사’.

엘벨 교수팀은 뉴욕에서 맥도널드, 버거킹, 웬디스 및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등 4개 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 전‧후의 변화실태를 조사했었다. 뉴욕은 이미 지난 2008년 7월부터 메뉴판 칼로리 표시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미국에서도 가장 빠르게 시행에 들어간 도시의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엘벨 교수는 “제도 시행 이전과 이후에 소아와 청소년들의 메뉴선택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지 칼로리량을 메뉴판에 표시만 할 것이 아니라 고객을 응대할 때 직접 구두로 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등 추가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엘벨 교수는 덧붙였다.

엘벨 교수팀은 지난 2008년 여름철 기간 중 2주 동안 뉴욕과 뉴저지州 뉴어크에서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1~17세 사이의 소아 및 청소년 고객 349명을 대상으로 메뉴 선택실태를 조사했었다. 이들 중 부모와 함께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경우가 전체의 69%에 달했고, 혼자 온 경우는 31%에 불과했다.

조사작업을 진행한 결과 뉴욕에서 조사에 응한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57%가 “칼로리 표시를 보았다”고 답했음에도 불구, 정작 주문할 때 그 같은 정보를 고려했다고 답한 경우는 9%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10대 청소년들이 제도 시행 전‧후로 주문한 메뉴의 평균 칼로리량도 각각 730칼로리 및 755칼로리로 나타나 제도 도입 후 오히려 더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모들 또한 자녀들을 위해 메뉴를 주문했을 때 제도 시행 이전에는 평균 610칼로리에 해당하는 메뉴를 주문한 반면 시행 후에는 595칼로리를 주문해 유의할만한 차이가 눈에 띄지 않았다. 또 10대 청소년들의 35%는 매주 6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섭취한다고 답했으며, 72%가 메뉴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맛’을 택해 눈길을 끌었다.

엘벨 교수는 “이번 조사의 대상자 수가 너무 적었던 만큼 결론도 제한적인 수준의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국 단위의 후속조사가 뒤따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과연 메뉴판에 병기된 칼로리 표시는 한낱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