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염을 비롯한 각종 감염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유아기에 항생제를 복용했을 경우 소아기에 특발성 만성질환의 일종인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상관성이 시사됐다.

36명의 소아 궤양성 결장염(또는 염증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들 가운데 58%(21명)가 과거 첫돌에 이르기 전에 최소한 한차례 이상 항생제를 처방받았던 것으로 나타난 반면 대조群에 속한 360명의 경우에는 이 수치가 39%에 그쳤다는 것.

특히 영‧유아기의 항생제 복용과 소아 염증성 장질환 발생의 상관관계가 시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중이염 등의 각종 감염성 질환은 영‧유아기에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마니토바州 위니펙에 소재한 마니토바대학 의대의 찰스 N. 번스타인 박사 연구팀은 미국 위장병학회(ACG)가 발간하는 의학저널 ‘미국 위장병학誌’ 온-라인版 10월호에 공개한 논문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이 논문의 제목은 ‘첫돌 무렵의 항생제 복용과 소아 염증성 장질환 발생의 상관관계’.

그러나 번스타인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생애 초기의 항생제 복용과 염증성 장질환 발생의 인과관계를 언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영‧유아기에 장내(腸內) 세균총의 유익균과 유해균 사이에 균형이 깨지면 염증성 장질환 발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번스타인 박사팀은 지난 1996년부터 2008년에 이르는 기간 중 염증성 결장염 또는 크론병을 진단받았던 36명의 소아들을 대상으로 의료기록 데이터베이스 역학자료를 면밀히 분석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염증성 장질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연령대와 성별, 거주지역 등이 동일한 대조群과 비교검토했다.

그 결과 염증성 장질환이 발생한 소아들은 중이염이나 각종 호흡기계 감염증 등으로 인해 첫돌 이전에 항생제를 처방받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영‧유아기에 항생제를 처방받았던 소아들의 경우 염증성 장질환 발생률이 같은 기간에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은 대조群보다 2.9배나 높게 나타났을 정도라는 것.

아울러 소아들이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받은 시기는 평균 8.4세 무렵이었다.

이밖에 크론병을 진단받은 비율이 전체의 75%에 달해 궤양성 결장염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