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 A형(H1N1) (이하 ‘신종플루’)이 ‘판데믹’ 국면으로 크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감 속에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것이 바로 지난해의 일이다.

게다가 올해 인플루엔자 시즌으로 접어들면 신종플루가 또 다시 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 신종플루에 대한 미국 성인들의 경계심리가 크게 느슨해진 것으로 나타나 ‘냄비근성’이라는 말을 실감케 해 주고 있다. 전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80%의 응답자들이 걱정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

뉴욕에 소재한 시장조사기관 마리스트 여론연구소(MIPO)는 지난 15일 공개한 조사결과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MIPO는 지난달 17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전역에서 18세 이상의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다.

그 결과 ‘자신 또는 가족구성원 가운데 누군가가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다’는 내용의 조사문항에 대해 “걱정스럽다”거나 “매우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응답자들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분류하면 “걱정스럽다”가 13%로 나타났으며, “매우 걱정스럽다”는 7%에 그쳤다.

반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별다른 우려감을 나타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어 고개가 갸웃거려지게 했다. 전체 응답자의 45%가 “전혀 걱정스럽지 않다”(not concerned at all), 35%가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다”(not very concerned)고 답변했을 정도.

특히 이 같은 응답결과는 신종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음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MIPO가 지난해 10월 진행했던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에서는 51%가 자신 또는 가족구성원이 신종플루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에 “상당정도”(some degree) 우려감을 표시했었다. 당시 조사에서 “별로” 또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이들은 전체의 49%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한편 올해 조사결과에서 신종플루 감염에 대한 우려감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그룹들을 살펴보면 연소득 50,000달러 이하, 흑인 및 라틴系, 45세 이하의 연령대, 여성 등으로 파악됐다.

한 예로 연소득 50,000달러 이하에 속하는 이들의 경우 신종플루 감염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답한 이들이 12%, “걱정스럽다” 19%,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다” 30%, “전혀 걱정스럽지 않다” 40% 등으로 분석됐다.

이에 비해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이들은 “매우 걱정스럽다” 0%, “걱정스럽다” 5%,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다” 45%, “전혀 걱정스럽지 않다” 50% 등으로 집계되어 상당한 차이를 드러냈다.

인종별로는 흑인 및 라틴系에서 17% 및 12%가 “매우 걱정스럽다”, 19% 및 20%가 “걱정스럽다”고 답해 백인들의 5% 및 11%와는 확연한 격차를 보였다. 반대로 “그다지 걱정스럽지 않다”거나 “전혀 걱정스럽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이들은 백인의 경우 각각 37% 및 47%에 달해 흑인 또는 라틴系의 33% 및 23%, 31% 및 45%와 차이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거주지역별이나 성별, 18세 이하 아동 유‧무, 연령별 등에 따른 차이는 예상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