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우울증’이나 ‘산후 우울증’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임신과 우울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이다.

임신 1기 임산부들 가운데 최대 3.7%가 각종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통계치도 공개된 바 있을 정도.

그런데 임신한 여성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 자연유산에 이를 위험성이 68%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과 유산 위험성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맞춘 연구사례가 많지 않았던 데다 상반된 결론을 제시한 경우들이 없지 않았음을 상기할 때 주목되는 것이다.

캐나다 몬트리올대학 약학부 및 같은 대학 부속 생-쥐스탱 병원 연구팀은 캐나다 의사협회(CMA)가 발간하는 학술저널 ‘캐나다 의사협회誌’ 31일자 온-라인版에 게재한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과 자연유산 위험성’ 보고서에서 그 같은 상관성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아니크 베라르 교수(약학) 등이 총괄한 가운데 퀘벡州 거주여성 총 6만9,742명을 대상으로 집계된 ‘퀘벡 임산부 등록자료’를 면밀히 분석했었다. 이들 중 자연유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총 5,124명이었다.

조사결과 자연유산한 임산부들 중 5.5%에 해당하는 284명은 임신기간 중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각종 항우울제를 복용했던 것으로 나타나 유산을 경험하지 않은 그룹의 항우울제 복용률 2.7%(1,401명)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임신기간 중 항우울제를 복용한 그룹의 경우 자연유산에 이를 위험성이 항우울제 비 복용群과 비교할 때 68%나 높게 나타날 수 있으로 추정했다.

유형별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SSRIs) 계열에 속하는 항우울제 단독복용群에서 자연유산이 나타난 비율이 61% 높게 나타났다.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저해제 단독복용群과 유형을 달리하는 2가지 이상의 항우울제들을 병용한 그룹도 이 수치가 각각 2.11배 및 3.51배 높은 양상을 보였다.

제품별로는 파록세틴과 벤라팍신을 복용했던 그룹에서 자연유산이 발생한 비율이 각각 75%와 2.11배 높게 나타나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눈에 띄었다.

베라르 박사는 “이번 조사결과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저해제들이 유산 위험성에 집단적인 영향(class effect)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이번 연구를 통해 항우울제 복용이 자연유산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확정적 결론을 제시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의사들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가임기 여성들이나 임신 초기에 항우울제 복용을 필요로 하는 임산부들의 경우 효용성과 위험성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와 상담을 우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베라르 박사는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