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danger)는 “위험”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헛말이 아님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비만을 부르는 것 이외에 세포의 노화를 촉진시켜 질병 발생을 유도하는 격이나 마찬가지로 보인다는 요지의 보고서가 학술저널에 게재된 것. 다시 말해 다량의 탄산음료를 마신 그룹에서 백혈구 내 텔로미어(telomeres)의 길이가 단축되는 상관관계가 눈에 띄었다는 설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의대의 엘리사 S. 에펠 교수 연구팀(정신의학)은 학술저널 ‘미국 공중보건학誌’ 온라인版에 16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탄산음료와 세포노화: 국가 건강‧영양실태 조사에 참여한 건강한 성인들에게서 나타난 당분 가미음료의 섭취와 백혈구 텔로미어 길이의 상관관계’.

에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에 미루어 볼 때 20온스(1온스=28g) 분량의 탄산음료를 매일 마실 경우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4.6년 추가로 단축시키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 세포 내부의 염색체 말단부분에 존재하면서 DNA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는 노화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왔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단축되면 평균수명 또한 비례해서 짧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정도.

텔로미어 단축은 또한 심장병, 당뇨병 및 일부 암 등 노화와 깊은 관련이 있는 만성질환들의 발생이나 흡연으로 인한 영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텔로미어 단축은 산화(酸化) 손상과 조직, 염증 및 인슐린 저항성의 상관관계 측면에서만 조명되어 왔던 형편이다.

에펠 교수는 “당분이 가미된 탄산음료를 수시로(regular) 섭취할 경우 체내의 당분 대사조절을 저해할 뿐 아니라 세포조직의 노화를 가속화시켜 각종 질병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특히 탄산음료와 텔로미어 단축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연구사례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에펠 교수는 강조했다. 더욱이 이 같은 상관관계는 연령이나 인종, 소득, 교육수준 등과 무관하게 일관성 있게 눈에 띄었다고 덧붙였다.

텔로미어 단축이 질병의 발병단계로부터 오래 전에 이미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한 에펠 교수는 “이번 연구의 경우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지만, 탄산음료 섭취와 텔로미어 단축의 상관관계는 아마도 소아들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 만으로 탄산음료 섭취와 텔로미어 단축의 상관성을 순전히 인과관계(因果關係)의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것은 시기상조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섣부른 태도에 경계를 표시했다.

한편 에펠 교수팀은 지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되었던 ‘국가 건강‧영양평가 실태조사’(NHNES)에 참여했던 20~65세 사이의 성인 총 5,309명을 대상으로 DNA 정보를 수집한 후 텔로미어의 길이를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했었다.

조사대상자들은 연구 착수시점에서 당뇨병이나 심장병을 앓았던 전력이 없는 이들로 충원됐다. 또한 이들이 섭취한 탄산음료의 양은 평균 12온스에 달했고, 전체 표본집단의 21% 가량은 매일 최소한 20온스 분량의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조사작업을 진행한 결과 탄산음료의 섭취와 텔로미어 단축 사이에 확연한 상관관계가 나타나 주목됐다. 게다가 이번 측정작업은 텔로미어 관련 연구로 지난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던 같은 대학 생화학과의 엘리자베스 H. 블랙번 교수 연구실에서 이루어져 도출된 결과의 신뢰성에 한층 무게를 싣게 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신디 W. 륭 연구원은 “텔로미어 단축 뿐 아니라 반대로 텔로미어 연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식생활 요인들에 대한 규명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며 “이번 연구결과를 상기할 때 청량음료에 비만稅를 부과하려는 정책에 한층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